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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맥주를 큰 캔으로 산다. 500ml. 오늘은 에어딩어로 샀다. 다른 캔은 모두 4,500원인데 유독 4,600원인게 눈에 띄어서. 400ml 용량의 맥주용 유리 잔을 꺼낸다. 상 위에 키친타올을 여러겹 깔고 그 위에 잔을 올린다. 맥주 캔의  주둥이를 닦고, 따서, 붓는다. 잔의 주둥이 한가운데 위로 아주 180도로 기울여서. 맥주가 거품과 같이 캔에서 떨어진다. 잔 안으로 떨어져 바닥에 부딪힌다. 잔의 바닥에서부터 거품이 점점 두꺼워지고 위로 솟구친다. 거품 아래 층에 맥주 액체가 오르긴 하지만 거품보다는 느리다. 내 오른손은 계속 거꾸로 든 캔을 180도에서 1도도 흔들리지 않으려 고정한다. 잔의 윗 표면을 넘친 거품은 더 오를 곳이 없어 그만 잔 밖으로 흘러넘친다. 깔아 놓은 키친 타올이 다 젖는다. 야릇한 쾌감을 느끼며 거꾸로 든 캔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더 분출할, 넘쳐 흐를, 솟아 오를 거품이 생기지 않을 때까지. 그러다 더 이상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는다. 거품도 다 흘러내린 듯하다. 젖은 키친타올은 무시하고 새로 한 장 뜯어서 잔을 들고 잔의 겉을 닦는다. 분명 400ml 잔에 500ml 용량을 부었는데 잔에 찬 것은 360ml 정도 밖에. 거품이 다 빠지면 이만큼 되나 보다. 그것도 좋다. 탄산이 빠졌지만 아쉬울 것은 없다. 마신다. 마신다. 마신다. 마신다. 마신다. 자리에서 티스토리를 열어서 이렇게 글을 쓴다. 뭐가 되어도 좋으니 네가 읽고 좋아할 만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이런 글 밖에 없네. 더 마신다. 마신다. 여기서 완료를 클릭하기로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