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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왕 4막

리어왕 4막 1장에서.

 

아들은 헐벗은 채 쫓겨났지만 진실을 모르고 아첨 속에 사는 것보다 차라리 진실을 알고 비참한 신세가 되는 것이 낫다고, 최악의 상황에도 희망이 있다고 독백한다. 반대편에서는 눈이 뽑힌 노인이 늙은 종의 부축을 받아 걸어오고 있다. 가까이 오는 것을 보니 맹인이 된 사람은 그의 아버지다.

노인- 게 누구요?

종- 미친 거지인 것 같습니다.

노인- 여보게, 어디 가는가? (종에게) 방금 거지라고 했나?

종- 예, 정신도 나갔고 구걸을 하고 있습니다.

노인 -지난 밤 폭풍 속에서도 그런 정신 나간 놈을 봤지. 인간이나 벌레나 다름 없더군. 그 순간 내 아들 얼굴이 떠올랐는데. 그 때만 해도 아들과 화해할 생각이 없었지. 그 뒤로 여러 소문을 들었네. 신은 아이들이 파리를 다루듯이 인간을 장난 삼아 죽이지.

거지- 안녕하십니까 어르신!

노인- 벌거벗은 거지 당신이요?

종- 아이고, 어르신.

노인- 자네는 어서 가서 저 헐벗은 영혼이 입을 옷을 갖다주시오. 저 사람이 내 길을 안내할테니.

종-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 자는 미쳤습니다.

노인- 요즘은 미친 놈들이 눈 먼 자들을 이끄는 시대라네. 내가 시키는 대로 하게, 싫으면 자네 맘대로 가 버리게. 뭐가 되었건 어서 가.

종- 제가 가진 가장 좋은 옷을 가져오겠습니다. 그 옷이 어찌 되든 상관없습니다.

노인- (거지에게) 이리 오게, 여기로. 도버로 가는 길을 아는가?

(거지는 노인 앞에 손을 흔들어 앞이 보이지 않음을 확인하고 울음을 참는다)

거지- 예, 어르신.

노인- 거기 절벽이 있다. 무서울 정도로 깎아지른 곳이 있으니, 그 벼랑까지 날 데려다오. 거기서부턴 안내가 필요 없을 것이다.

4막 2장

거지- 더 오지 말고 멈추십시오! 밑을 내려다보니 너무 무섭고 현기증이 나 더 보기 싫습니다. 머리가 어지럽고 눈이 핑핑 돕니다.

노인- 자네가 서 있는 곳으로 날 데려가주게.

거지- 제 손을 잡으시오. ... 이제 한 발만 더 옮기면 바로 벼랑 끝입니다. 달빛 아래 모든 것을 준다 해도 저는 아래를 내려다보기 싫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있는 곳은 떨어질 곳이 없는 평지였고, 아들은 아버지의 목숨을 구하기 위하여 아버지의 절망을 계속 속인다.)

노인- 내 손을 놓으시오. 이제 저리 가. 작별 인사 하고 여기서 떠나는 소리를 듣겠소.

거지- 그럼, 안녕히 계십쇼.

노인- 그래, 잘 가거라. ... 전능하신 신이시여. 저는 속세를 버리나이다. 만약 내 아들이 살아있다면, 오, 부디 그를 지켜주소서. 그럼 자네도, 잘 있게.

거지- 저는 여기 떨어져 있습니다, 그럼 안녕히 가시길.

(벼랑이 없는 곳에서 자리에서 넘어지기만 했을 뿐인 아버지에게 아들은 목소리를 바꾸어 행인인 척 다시 접근한다.)

행인- 아니 노인장, 당신 뭐하는 사람이오?

노인- 날 두고 가시오, 죽게 내버려 두시오.

행인- 그러나 아직 숨을 쉬고 있잖소. 살아 있으니 이건 기적이오. 이제 말을 해보시오.

노인- 허나 난 떨어졌지않은가?

행인- 저 무시무시하고 시커먼 절벽에서 떨어졌소. 위를 한번 보라고요. 고개를 들어 보시오 노인!

노인- 아이고, 난 눈이 없네. 불행한 자는 스스로 고통스런 목숨을 끊을 혜택도 박탈당했단 말인가!

행인- 팔을 주시오, 노인. 좀 어떻습니까? 다리가 느껴지십니까? 두 다리로 설 수 있지요?

노인- 서 있네. 여기 멀쩡히 서 있네.

행인- 어르신, 이제 걱정 없이 자유롭고 차분하게 마음 먹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