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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리모초 집에 콜라와 와인이 있어서 컵에 1:1로 부었다. 그렇게 섞으면 그 음료가 뭐라고 하더라? 찾아본다, 맞아 이거지, '깔리모초', 이걸 내게 가르쳐 준 것은 스페인에서 순례길을 걸으면서 만난 현지인 친구들이었다. 저녁마다 와인 마시고 놀면서 콜라와 섞어 마시고, 담배도 피우고, 늦은 시간까지 떠들고 놀다가 숙소 관리인 아저씨가 그만 자거라, 하면 그제서야 슬슬 들어가고. 너무 재밌고 즐겁고 신났던 시간이었는데. 그렇게 놀러 다니던 학생 시절도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 되었다. 내게도 시간이 흐른다는 것. 20대 대학생활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 더보기
겨울, 노트르담 1 12월 말, 파리 거리는 비가 내렸거나 비와 눈이 내렸던 것 같다. 지금도 떠올리는 이 날의 노트르담 광장은 하늘이나 주변 건물이나 성당이나 길바닥이나 모두 석회색, 물먹은 회색빛 이미지로 남아있다. 2 우리 셋은 이 날 오전 노트르담 대성당에 도착해서 구경하고 있었다. 우리 중 아무도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었기에 안내판에 적힌 내용엔 관심도 주지 않았고, 그래서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미사 시간이었으며 성당 내부에서는 미사 중에 관광을 허용하는 대신 정숙해야 한다는 것도 육중한 문 안에 있는 내부로 이어지는 양 옆의 문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알았다. 내 일행 두 사람은 방해가 되지 않게 멀찍이서 구경하겠다고 했고, 나는 미사 보고싶다고 앞으로 나아가 장의자 빈 자리에 엉덩이를 붙였다. 알아들.. 더보기
거울 맥주를 큰 캔으로 산다. 500ml. 오늘은 에어딩어로 샀다. 다른 캔은 모두 4,500원인데 유독 4,600원인게 눈에 띄어서. 400ml 용량의 맥주용 유리 잔을 꺼낸다. 상 위에 키친타올을 여러겹 깔고 그 위에 잔을 올린다. 맥주 캔의 주둥이를 닦고, 따서, 붓는다. 잔의 주둥이 한가운데 위로 아주 180도로 기울여서. 맥주가 거품과 같이 캔에서 떨어진다. 잔 안으로 떨어져 바닥에 부딪힌다. 잔의 바닥에서부터 거품이 점점 두꺼워지고 위로 솟구친다. 거품 아래 층에 맥주 액체가 오르긴 하지만 거품보다는 느리다. 내 오른손은 계속 거꾸로 든 캔을 180도에서 1도도 흔들리지 않으려 고정한다. 잔의 윗 표면을 넘친 거품은 더 오를 곳이 없어 그만 잔 밖으로 흘러넘친다. 깔아 놓은 키친 타올이 다 젖는다... 더보기